혈계전선 ::: 재프 렌프로

류민현

* 드림주와 재프는 동료 관계라는 설정입니다.



   조용한 사무실 안. 배가 고파 일어난 재프의 하품이 조용함을 깨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식사하러 가서 남은 건 한 사람뿐이었다. 치사하게 깨우지도 않고 간 건가 싶어 자신이 매는 가방을 수선하던 그에게로 재프는 기대어 눕는다. 새로 사면 그만인 걸 이렇게까지 해서 수선하고 사용하는 것이 재프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흔적을 억지로 붙잡는 것을.


   “누님 밥 사주세요.”

   재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급히 수선을 마무리한다.



   늘 그랬다. 여러 가지가 섞인 이곳은 지루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이다. 모든 것이 일어나는 이 HL이. 어깨를 부닥치자 마자 시비를 걸고 그걸 말리는 동료가 있는 것이 재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를 동생처럼 생각해주는 건 부담이었지만 범죄 관련이 아니라면 필요한거나 먹고 싶은 게 있다 하면 사주고 원하는 게 있다면 들어주는 게 있어 그 정도의 부담은 견딜만 했다.
   우리 누나는 너무 착해. 그때는 자랑인가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걱정이 되어 한 말이라는걸. 재프는 이제야 깨달았다.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누님.”

   제 말에 메모지에 대답을 적으려던 그가 보인다. 아픈 건 본인일 텐데. 이렇게까지 답답할 정도로 남부터 챙기는구나. 자신에겐 냉정하면서. 재프는 그에게 다가오는 소매치기를 알아차리고 그를 반대편에 세우곤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 잡는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니까 이쪽으로 와요.”

   그가 고개를 내리려 하자 재프는 그대로 앞으로 걸었다. 어깨가 당겨지자 급히 몸이 앞으로 쏠리지만, 곧 걸음 속도를 늦춘 재프 덕에 넘어지진 않았다. 소매치기가 이번엔 그를 따라 반대쪽으로 오자 이번엔 재프가 고개를 돌려 노려본다. 상황 파악을 못하고 길가에 있는 가게를 보고 메모지에 내용을 쓰는 동안 소매치기를 쫓아낸 재프는 그를 내려다보며 숨부터 길게 내쉰다. 그의 동생이 있었다면 본인이 이렇게까지 않아도 되는데. 제 누나를 얘기하며 웃던 남자를 떠올리다 정신을 차리자 습관처럼 골목길로 들어왔다.

   [여기 음식점이 있나요?]
   “있을 리가 없잖아요. 비싼거 먹고 싶었는데…….”

   당황한 그가 재프의 대답에 많은 가게를 생각해낸다. 맛도 있고 비싼 음식점은 대부분 예약제였고 싸고 괜찮은 곳은 재프 마음에 안 들까 봐. 펜을 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여러 생각을 하던 그를 보고 있다 메모지를 쥐고 있던 손을 잡았다. 쓸데없는 얘길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그를 잡아끌어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목소리에 빈자리에 가 앉았다. 오늘은 땡땡이 치러 온 게 아니니까 당당히 들어간다.

   “오늘도 땡땡이?”
   “누님하고 식사하러 왔지. 난 햄버거 하나, 미트소스 스파게티 하나랑 콜라 대짜. 누님…은 런치 세트인데 음료는 커피 바꿔서 해줘.”
   “네 마음대로 주문 하는 거야?”
   “누님이 늘 먹는 게 그거인걸. 맞죠?”

   고개를 끄덕이자 비비안은 의심의 눈초리로 재프를 한번, 맞은편에 앉은 그를 한번 번갈아 가며 보다 제자리로 돌아간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재프는 고개를 숙였다. 분명 점심을 먹으러 나왔을 뿐인데 지쳐 버렸다. 상체를 앞으로 숙여 피곤함을 달래려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을 만지는 느낌이 난 것 같지만 무시했다. 함께 식사하러 와서 앞에 상대를 두고 이런 행동은 그에겐 실례가 되는 행동이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깨가 흔들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기에 거슬려 몸을 일으켰다. 혼자서 뭘 적고 있었는지 상 구석엔 메모지가 쌓여있었다.

   “진짜 너무하네. 같이 밥 먹으러 왔다면서 자는 거야?”
   “너무 졸린 걸 어떡해.”
   “빨리 정신 차리고 먹어.”

   대충 목을 꺾어 스트레칭을 하고 눈앞에 있는 햄버거를 집었다. 크게 한입 베어 먹으려는데 맞은편에 앉은 그가 눈을 감고 양손을 모은 체 가만히 있다. 정말 불편하다. 재프는 들고 있던 햄버거를 내려놓고 그를 따라 행동을 비슷하게 눈을 감았다 바로 뜨니 저를 보며 웃는 그가 보였다. 비교적 간단한 런치 세트 음식을 확인한 그가 자신이 먹을 양만 챙겨놓고 재프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면서 펜을 들고 메모지에 제 할 말을 적으며.

   [많이 드세요.]
   “누님이야말로 많이 먹어요. 겨우 그거 먹는 거예요?”

   제게 준 걸 다시 돌려준다. 본인걸 돌려주는 것 뿐인데 거절하는걸 그냥 자신이 먹자며 단숨에 먹어 치운다. 한 입 거리도 안되는걸 먹지도 않다니 저렇게 말라서 뭘 하겠다는 건지… 그는 재프가 먹는걸 보고 있다 재프가 안 먹냐고 묻자 그제야 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괜히 같이 점심 먹자고 했나… 했지만 잘 먹는 걸 보고 숨을 짧게 내쉰다. 다음엔 그 가게로 가자 해볼까. 조금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다시 햄버거를 들어 크게 베어먹었다. 오늘도 맛있네. 벌써 들어가기 싫은데 천천히 먹을까. 맛있는 걸 먹으니 점점 오후에 할 일이 하기 싫어졌는지 먹는 행동이 느려진다. 본격 땡땡이를 위해 어떻게 그를 끌어들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린다.